빗방울이 북치듯 우산을 두드리는 아침 그 다리 아래에 가보았지. 폐부를 간질이던 먼지들이 검게 씻겨 흐른다. 대지를 말끔히 치워낸 빗방울들은 배수통을 휘돌아 떨어지고 때마침 불어온 바람에 이슬 되어 춤도 추고 투두두둑 투두두둑 단단한 돌 위를 연주하듯 이리저리 뛰어논다. 이런 신명난 세상이 얼마나 좋은가? 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대보기 가능합니다. 작은 방울 모아모아 하얗게 청소된 봄날의 아침, 빗물은 낮은 곳에 하나 되어 조용히 큰 바다로 향한다. 한진규 치협 공보이사
도시로 이사를 오기 전 내 키보다 살짝 컸던 나무는 이제 손을 뻗어도 끝이 닿지 않는다. 봄바람에 꽃잎이 휘날려도 꿋꿋이 변함이 없더니, 이제 인연을 털어버리려는 듯 지난밤 새찬 바람에 꽃을 떨구었다. 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대보기 가능합니다. 바램이 간절한들 준비되지 못하면 이룰 수 없다. 기다리던지 벗어나던지 선택을 강요받는다. 숨쉬기도 조심스러운 요즘의 뿌연 하늘 아래, 기다림에 지쳐 통으로 꽃을 떨궈버린 동백이 서럽다. 한진규 치협 공보이사
코로나 펜데믹으로 취소 혹은 연기되었던 결혼식이 활발히 재개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인연으로 인생 2막을 시작하는 분들의 행복을 빕니다. 부케(Bouquet)는 프랑스어로 다발, 묶음을 뜻합니다. 요즘은 결혼하는 신부를 위한 꽃으로 만든 웨딩부케가 그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과거에는 풍요와 다산을 나타내는 곡물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점차 나쁜 귀신이나 질병으로부터 신부를 보호하고, 신성한 결혼을 지켜줄 목적으로 들꽃을 사용하게 되었고, 최근에는 더 대담하고 화려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신부의 부케 던지기는 다음번 결혼과 행운을 잡으려는 즐거운 이벤트입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비슷한 풍습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결혼식 후 신랑과 신부에게 쌀과 콩을 뿌리는 민족이 많고, 우리 민족도 폐백 시에 시부모가 며느리 치마폭에 대추, 밤, 은행 등을 던져주는데, 건강하고 많은 자손을 낳아 번성하라는 의미가 담겼습니다. 부토니어(Boutonniere)는 꽃다발을 받은 신부가 답례로 신랑에게 준 한 송이 꽃, 코사지(Corsage)는 각종 기념식에 가슴이나 어깨에 다는 작은 꽃다발을 의미합니다. 오늘 올린 사진은 나비가 커다란 장미 한 송이를 내밀면서 연인에게 구애를 보
겨우내 따뜻한 지역에 머물던 철새가 시베리아로 날아가기 전 중간 기착지로 선택하는 곳이 한반도입니다. 그중 가창오리는 전 세계에 존재하는 개체의 95% 정도가 우리나라에서 월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낮 동안에는 천적을 피해서 너른 강 가운데에 무리를 지어 쉬다가, 밤이 되면 먹이활동을 위해 떼 지어 근처 낱알 등 모이가 많은 곳으로 이동을 합니다. 그래서 월동하는 곳 근처에는 너른 평야가 있어야 합니다. 시베리아 지역은 너무 넓어서 가창오리가 무리지어 있는 것을 보기 힘들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몇 십만 마리가 함께 모여 겨울을 보냅니다. 낮 동안에는 소규모의 가창오리들이 척후병으로 먹을거리를 찾아 주변을 살핍니다. 석양 무렵에는 그 많은 새떼가 한꺼번에 날아오르는 장관을 보여줍니다. 대장 새를 따라 이리저리 날면서 만들어내는 각종 형상들이 또 기막히게 멋집니다. 사진가들은 가창오리 군무를 담기 위해 시즌이 되면 서식지로 달려갑니다. 군무는 대개 해가 진 후에 시작하기 때문에, 석양 노을이 약간 남아있는 짧은 시간동안만 가능해서 또렷하게 촬영하기가 쉽지 않고, 어떤 때는 군무를 제대로 보여주지 않고 훌쩍 떠나버리는 경우도 많아서, 가창오리의 군
프린세스 드 모나코(Princess de Monaco)라는 이름을 가진 프랑스에서 육종된 장미입니다. 모나코의 고 그레이스 캘리 왕비에게 헌정된 장미입니다. 은은하게 번져 나오는 분홍빛은 매혹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부드럽고 고고한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앞에 자리를 잡은 녹색 거미의 이름은 지금 보이는 모양처럼 꽃게거미입니다. 이건 내 장미이니 아무도 못 건드려 하듯, 한껏 다리를 벌려 외치고 있지만 실제로 보면 귀엽습니다. 장미정원을 설치한 공원들이 여기저기 많습니다만, 너무(?) 관리를 잘해서인지, 곤충들을 보기가 쉽지 않은데, 운이 좋아서 장미꽃에 올라선 꽃게거미를 같이 담을 수 있었습니다. 더구나 경계심이 많은 녀석이 이런 멋진 포즈를 취해주고 있는 경우는 흔치 않은 경우입니다. 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대보기 가능합니다. ‘인생은 타이밍’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타이밍이 아무리 좋아도, 본인의 의지와는 다르게 그 능력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으니 미치고 환장할 노릇입니다. 처음엔 순수하고, 미미하게, 호기심으로 그냥 시작했을지 모릅니다만, 체계가 잡히고 본격적인 의무가 주어졌을 때, 그리고 성과를 내야 한다는 책임이 주어지는 위치
물, 가장 밑바닥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막연함이 만들어내는 두려움을 안고 그 곳으로 잠행을 결행한다. 머리를 빠갤 듯 먹먹해진 귀와 한줄기 빛조차 없어 핏발선 동공의 확장. 북처럼 울리는 심장의 박동 소리 요란한 그 곳으로 침잠한다. 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대보기 가능합니다. 육신의 고통이 극에 달할 때에야 비로소 정신은 수정처럼 맑아지고, 기다리는 무엇은 다름 아닌 오롯한 나임을 발견한다. 한진규 치협 공보이사
바람에 흐느끼는 게 오직 너뿐이더냐, 이리저리 흔들리다 하얗게 잊힘에 애태우지 말라. 거세게 몰아치던 비바람에 한 번, 크게 일렁이던 차디찬 기운에 또 한 번, 사방으로 내리박아 울퉁불퉁 튀어나온 뿌리의 숫자만큼 겪어내야 하는 시련에 나도 아프다. 몸통은 뿌리 따라 매였어도, 춤춰보자 덩실덩실 잔가지 흔들어 보련다. 휘파람 파랄랄라 마른 이파리라도 비벼보련다. 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대보기 가능합니다. 거칠게 갈라진 살갗은 훈장을 삼고, 비어가는 심자리는 맑은 향기 가득 채워 새들에게 내어 주리라. 한진규 치협 공보이사
어처구니가 없다.... 정확한 어원은 알 길이 없으나, 콩을 갈아 두부를 만들어 먹으려는데, 맷돌의 손잡이(어처구니)가 없다는 것에서 유래를 했다고 합니다. 또 다른 설은 궁궐이나 성문 지붕에 올려지는 동물 모양의 토우를 가리키는데, 지붕의 마무리로 토우 올리는 걸 깜빡했을 때 하는 말이라고도 합니다. 어찌되었든, “너무나 엄청나거나 뜻밖이어서 기가 막힌다.”는 뜻으로 사용합니다. 오늘 사진의 어처구니들은 창덕궁 돈화문 지붕 위의 토우(잡상)들입니다. 잡상은 숫자가 많을수록 건물의 등급이 높았다고 하는데, 궁이나 관련된 건조물에만 적게는 3개에서 많게는 11개까지 올렸다고 합니다. 잡상의 역할은 화재를 막고, 잡귀로부터 건물을 보호한다는 의미도 가지고 있습니다. 토우들은 제각각 이름과 놓이는 순서가 있는데, 처마 끝부터 대당사부(삼장법사), 손행자(손오공), 저팔계, 사화상(사오정)입니다. 잘 알고 계시는 서유기에 나오는 등장인물들로, 중생을 구원하기 위하여 고난의 길을 가는 삼장법사 일행을 형상화한 것이죠. 그 뒤를 마화상, 삼살보살, 이구룡, 천산갑, 이귀박, 나토두의 순으로 배치했습니다. 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대보기 가능합니다. 임금이 거처하는 건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세상이나 하늘을 올려다보는 세상이나 매한가지인데, 땅에서는 왜 이리도 조급해지는 것일까? 왜 높은 곳 뾰족한 곳에 오르려 할까? 저 아래 내가 속한 세상을 잠시 벗어나 하늘 높은 곳에서 바라보면, 오밀조밀 장난감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부질없어 보이는 작은 점들이다. 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대보기 가능합니다. 새처럼 날고 싶었던 ‘순수’한 바램은 이카로스의 추락과 함께 박살나버린 것일까? 미지의 세계를 향해 꾸었던 그의 열망과 꿈은 쉽게 날아오르게 된 후예들에게 남아있긴 할까? 한진규 치협 공보이사
상나라의 제후국이었던 주나라의 무왕이 상나라 주왕을 멸하자, 백이(伯夷)와 숙제(叔齊) 형제는 신하가 어찌 천자를 토벌할 수 있느냐며 주나라의 곡기를 거부하고, 수양산에 숨어 고사리를 캐어먹고 지내다 굶어 죽습니다. 대의명분을 지키기 위해 죽음과 희생은 불가피하다는 김상헌과 살아야 대의명분도 지킬 수 있다는 최명길의 주장은 왕실과 종묘사직을 보존하기 위한 방책으로 척화와 주화라는 선택하기 어려운 대립관계를 이룹니다. 그사이 조선 땅과 수십만 민초들은 유린당하고 먼 이국땅으로 끌려갔습니다. 신군부에 대항하는 민주화 투쟁은 서울을 시작으로 대구에서 그 열기를 더하고, 5월 광주에서 정점으로 타올라 탱크와 헬기 기총 사격 앞에서도 끝까지 당당하고 담담하게 자유를 외쳤습니다. 신념을 환산 가능한 가격(價格)으로 매길 수 있을까요? 가치(價値)라고 하는 모호한 개념으로 정의하면 더 고상해지는 것일까요? 신념의 값을 매기고 가치 판단을 하는 최우선 기준은 민초여야 하고, 조직 내 회원이어야 합니다. 단단함이 없는 신념은 아무리 그럴듯하게 포장하고 선전하여도 가치 환산은 고사하고, 제 주장하는 가격대로는 절대로 쳐주지도 않습니다. 불법도 너의 이득을 위해 펼쳤다는 허황된
꽃길만 걷게 해 주겠다는 다짐과 첫눈을 맞으며 함께 걷자는 약속. 무수히 많은 다짐과 기억들이 수북이 쌓인 나뭇잎 아래로 묻힌다. 너를 위해서만 존재하겠다던 맹세와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는 기쁨을 주겠다는 공언. 무수히 많은 맹세와 허언들이 꽁꽁 언 땅 아래로 밟힌다. 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대보기 가능합니다. 못다 지킨 약속과 허언들 보다 버려진 진실이 더 아프고 서러운 오늘, 말없이 소복소복 내리는 눈이 위안이 된다. 한진규 치협 공보이사
사람의 죄를 판결하기 위해 법리를 따지는 법조계 사람들이나,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인들이나 그 추구하는 바는 같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바로 ‘진리’ 혹은 ‘진실’, ‘사실’의 추구. 치과의사는 진료에 임함에 있어, 이미 확립되고 입증된 사실을 근거로 합니다. 즉 여러 세대 여러 선도자들로부터 검증된 ‘증례(evidence)’를 기반으로 교육을 받았고, 진료하고, 예후를 지켜봅니다. 당연히 인정받는 ‘증례’가 많은 사람이 존경과 신뢰를 받는 집단이 의료계입니다. 그 ‘증례’를 확인하고 쌓기 위해 맨 처음 하는 행위는 본인들끼리 실습을 하는 것이고, 두 번째로 가족, 특히 부모님께 서투른 진료를 하면서 치료 후 반응 등을 기록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자기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서투름으로 인한 아픔을 주면서 의료인으로 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의료인, 치과의사들은 증례가 없으면 함부로 시도하지 않는 냉정함을 유지하도록 교육과 규제도 받습니다. 요즘 코로나19 치료가 아무리 급하여도 치료약이나 백신을 섣불리 출시하지 못하듯, 검증되지 않으면 치료제로 혹은 진료기구로 사용하지 못하고, 그 스스로도 검증되지 않은 것을 선택하지 않는 분별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이